안녕하세요! 산드라오 주연의 넷플릭스 시리즈가 벌써 공개되었더라구요! 자랑스러운 산드라 오 님의 주연 드라마, 놓칠 수 없겠죠? 바로 하루만에 정주행을 끝내고 왔답니다. 가볍게 후기를 풀어볼게요!
더 체어 줄거리
산드라오가 연기하는 김지윤 캐릭터는 영문학과의 학과장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여성 최초, 또 아시아인 최초로 오른 자리이기 때문에 주변의 찬사가 쏟아지죠. 그리고 요즘 학생들에게 도통 인기가 없는 영문학과를 되살리기 위한 커다란 미션이 주어집니다.
김지윤 학과장이 해결해야 하는 미션은 총 3개
1) 영문학과에서 가장 샐러리는 많이 받으면서도, 학생 수는 가장 적은 늙디 늙은 교수님들 처리하기 (학장이 부탁함)
2) 학생과 소통하며 영문학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신예 야즈 교수님을 인기 강의로 밀어주기
3) 입양한 딸 주희 (주주)와 친해지기
이런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더 체어에서 한국어 비중
저는 솔직히 아예 캐릭터가 한국인으로 설정되어있어서 놀랐습니다. 이름부터 김지윤! 그리고 집에 돌아갔더니 아빠랑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서 대화하더라구요! 할아버지분의 한국어는 나름 자연스러웠지만, 어색한 캐릭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름 알아들을만했고, 영어로 다 바꿔버린 것이 아니라 한국어를 그대로 활용한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중간에 심지어 주희 (주주)의 친척(?) 돌잔치에 간 장면도 등장하는데, 소주 먹는 방법, 돌잡이 방식 등이 자세히 나온답니다.
여성 캐릭터와 페미니즘
더 체어는 여성캐릭터가 주연이고, 학과장이라는 권력을 가지게 되면서 주변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를 보여줍니다. 따라서 여성주의, 페미니즘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어요.
여기서 결말 스포일러가 많이 들어갑니다. 주의
김지윤 (산드라오) 캐릭터의 경우, 솔직히 '유리절벽'으로서 학과장 자리에 앉혀진 게 주 포인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문학과는 아무리 노력해도, 코딩과 공대 열풍 속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었고 더 이상 활력도 없고 망해가는 상태에서 '에라 모르겠다 우린 이미 망했고, 뒤늦게 PC함이라도 챙겨보자'라는 사람들의 성원(?)에 힘입어 높은 자리에 여성을 앉히는 유리절벽. 이것에 대해 더 깊은 이야기를 풀어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여기 저기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기만 하는 지윤학과장님 모습만 나와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천재 야즈. 누가 봐도, 그리고 김지윤 학과장님이 보아도, 밀어줘야 하는 라이징 스타 신예 교수님입니다. 위 사진에서 가운데 인물인데요, 이미 늙어 빠졌고 (실제 대사) 30년 전의 강의를 우려먹는 백인 남성 교수님과 대비되는 캐릭터입니다. 이 백인교수는 사실, 샐러리는 많지만 학생 수가 적어서 내쫓아버렸으면 하는 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상태이죠.
하지만 당장 없애버릴 수는 없기에 김지윤 학과장님은 야즈와 함께 강의를 하라고 두 개의 강의를 통합해버립니다! 그리고 예상했던데로 이 백인교수는 천재 야즈를 자기의 조교쯤으로 생각하고, 30년된 강의를 우려먹죠.
하지만 야즈가 수업하는 모습을 보며 충격에 빠지는 장면도 잘 그려냅니다. 이 야즈 캐릭터가 저는 정말 맘에 들었는데요, 문학에 대한 정석적인 '해석' 보다는 현대인의 시각에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주고 받는, 개인 감상을 자유 롭게 말할 수 있는 티키타카 수업을 이어가죠. 예를 들어 모비딕 수업을 하며, 고래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고 질문을 던지면 학생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말합니다. 자본, 남성성, 백인 남성, 백인 우월주의!
그리고 자유롭게 자신의 감상을 표현하며 랩으로 '이 작품에 여성 선원은 한명도 없다네~ 한명도 없다네~'라고 말하며 페미니즘적 해석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야즈는 이것을 잘 이끌어내죠. 이런 모습이 영문학의 새로운 미래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천재 야즈의 모습은 꼰대들의 심기를 거스르게 되고, 김지윤의 서포트와는 상관없이, 꼰대들은 갑자기 웬 셀럽 가수를 새로운 영문학과 인기 교수로 초청하고 밀어준다고 합니다. 이 셀럽가수는 오래 전에 영문학 논문을 쓰긴 했지만, 교수는 취미일뿐인 자의식 과잉 상태였죠. 김지윤은 당연히 이에 반대하고 야즈를 밀어주고 싶어하지만, 야즈는 실망하고 결국 예일대로 넘어가는 선택을 합니다. 굉장히 안타까우면서도 애정가는 좋은 캐릭터에요!
조앤. 위 사진의 왼쪽 인물인데, 역시 이 학교에서 오래도록 근무했지만 영문학과의 위기 속에 혼자서 사무실이 헬스장으로 옮겨집니다. 다른 남성백인 교수들도 아닌 자기 혼자만요! 물론 같은 강의를 우려먹고, 학생들의 강의 평가를 철저히 무시하는 꼰대의 모습이 있지만 나중에는 말합니다. 자신이 그 동안 여성으로서 어떤 차별이 있었는지 깨닫죠. 하지만 자신의 자리가 너무나 위태로운 만큼, '김지윤 학과장을 몰아내쟈, 리스트를 써서 우리 오래된 종신교수들을 자르려고 하고 있어'라는 다른 백인남성교수들과 한편을 먹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김지윤 학과장을 지지하는 편에 서고, 김지윤은 자리에서 물러나는 대신 자신의 학과장 자리를 조앤에게 넘깁니다.
다른 남자 캐릭터들은 무엇을 하고 있냐?
빌 : 김지윤과 썸(?)을 타는 듯한 캐릭터로 드라마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인과 사별하고, 딸은 먼 대학에 보내고 나서 혼자 굉장히 방황을 하죠. 인기 교수이지만 수업시간에 장난스럽게 한 나치 경례 영상이 찍혀 학생들이 시위를 벌입니다. 빌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학생들과 토론을 통해 풀어가고자 하지만, 학생들은 혐오 표현과 나치를 절대 accept하지 않습니다. 일은 커지고 커져, 빌을 지켜주려 했던 김지윤까지 자리가 위태로워지죠.
하지만 김지윤과 개인적으로 워낙 친하고, 애정이 있는만큼, 바쁜 지윤을 대신해 주주를 잘 돌봐줍니다. 돌잡이 문화도 배우고, 함께 '죽은 자의 날' 축제도 준비하는 등. 학교에서는 잘리다시피 하고, 아이를 잘 돌보는 역할을 자처합니다.
결국엔 지윤이 빌의 편에 서게 되며, 지윤의 자리는 더욱 위태로워집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을 교수직을 잃습니다.
솔직히 의문스러운 캐릭터입니다. 너무나 messed up 되어있고, 자기 일 처리도 못하고, 자존심에 사과를 제대로 하지 못해 지윤에게 피해까지 주는 캐릭터이지만, 뭐 서로 공감대를 형성한 부분이 있어서 (주주, 가르치는 즐거움) 지윤과 해피엔딩을 맞는 거겠죠?
더 체어 결말
지윤과 빌 둘이 공식적으로 사귄다는 결말은 아니지만, 학과장 자리에서 내려와서 교수로서 학생을 즐겁게 가르치는 지윤과,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는 빌이 만나 벤치에서 서로 농담을 하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으로 드라마는 끝납니다.
야즈는 예일대로 넘어가고, 조앤이 새로운 학과장이 되고, 여전히 꼰대 백인들은 남아서 영문학과 자리를 쥐락펴락 합니다. 영문학과의 남은 희망은 새로 바뀐 학생들,- 여성 차별, 소수인종 차별, 혐오 표현을 용납하지 않는 학생들-인 것 같네요.
감상
체어, 특정한 권력의 자리에 앉는 다는 것은 힘듭니다. 여러 관계가 엮여있을 뿐만 아니라 본인의 사생활도 많이 포기해야하죠. 이런 혼란스러운 모습을 잘 보여준 시리즈입니다.
하지만 지윤이 결국 칼자루를 휘두르며 영문학과를 개혁하는 모습이 아닌, 결국엔 별 이룬 것 없이 자리에서 내려와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소확행~만 이룬다는 점에서 굉장히 아쉽습니다. 그래도 산드라오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여성주연의 시리즈를 보고 싶다면 추천!